
2024년 7월 28일 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의 물은 유난히 파랬어요. 남자 개인혼영 400m 결승, 세 번째 벽. 평영을 마친 레옹 마르샹의 손끝이 터치패드에 닿는 순간 전광판의 숫자가 멈췄고, 그는 몸을 웅크려 벽을 박차고 들어갔어요. 이제부터는 자유형 구간, 마지막 100m이에요. 물 위로는 아직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요. 관중석의 함성은 이미 지붕을 흔들고 있었는데, 정작 주인공은 그 소리에서 가장 먼 곳, 수면 아래 1미터쯤에 있었거든요. 이 글은 딱 그 몇 초, 벽을 짚고 다시 물 위로 올라오기까지의 장면 하나만 붙잡고 가볼게요.
여기까지 오는 길
마르샹에게 이 종목은 오래 묵은 숙제였어요. 2021년 도쿄 대회 개인혼영 400m에서 그는 6위에 그쳤어요. 이후 마이클 펠프스를 지도했던 밥 보먼 코치 밑으로 들어가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훈련했고, 2023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4분 02초 50으로 이 종목 세계기록을 갈아치웠어요. 그 기록이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펠프스가 2008년 베이징에서 세운 4분 03초 84가 그의 개인종목 세계기록 중 가장 오래 살아남은 마지막 기록이었거든요. 마르샹이 그 숫자를 지운 셈이었어요.
그러니 홈에서 열리는 파리 대회는 6위의 설욕과 세계기록 보유자의 증명이 한꺼번에 걸린 무대였어요. 접영에서 반 몸 길이를 앞서 나갔고, 배영에서는 상대들을 완전히 떼어놓았어요. 그리고 평영 구간에서 1분 07초 48이라는, 이 레이스의 승부를 사실상 정리해버린 스플릿이 나왔어요. 세 번째 벽을 짚을 때 그는 이미 손에 잡히지 않는 간격으로 앞서 있었어요.
평영에서 자유형으로 넘어가는 이 턴은 개인혼영에서 유독 까다로운 지점으로 꼽혀요. 평영 벽 터치는 두 손이 동시에 닿아야 하는 규정이 있어서, 턴 저지가 그 순간을 따로 확인해요. 손이 어긋나게 닿으면 실격이거든요. 마르샹의 손은 정확히 동시에 닿았고, 그다음부터가 이 글이 붙잡고 싶은 장면이에요.
턴, 그 몇 초
벽을 짚은 손이 떨어지자마자 몸이 뒤집혀요. 발바닥이 벽을 밀어내고, 몸은 활처럼 휘어 물속 깊이 파고들어요. 여기서부터는 규정 이야기를 좀 해야 해요. 같은 개인혼영 안에서도 영법마다 잠영 허용 거리가 다르거든요. 방금 마친 평영은 벽을 찬 뒤 완전히 잠긴 채로 팔 스트로크 한 번과 발차기 한 번만 허용되고, 그다음엔 머리 일부가 반드시 수면 위로 나와야 해요. 반면 이제 시작하는 자유형은 배영·접영과 마찬가지로 출발과 매 턴 이후 월드아쿠아틱스 경기 규정에 따라 15미터까지는 완전히 잠긴 채 나아갈 수 있어요. 방금까지 팔 한 번, 발차기 한 번으로 제한받던 몸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갑자기 15미터의 자유를 얻는 거예요.
사실 이 15미터라는 숫자 자체가 한 선수 때문에 생긴 규정이에요.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배영 100m 결승에서 미국의 데이비드 버코프가 스타트와 턴마다 거의 레인 절반을 잠영으로 헤엄쳐 우승했는데, 그때는 잠영 거리 제한이 아예 없었거든요. 다른 선수들까지 따라 하면서 경기가 누가 더 오래 물속에 있는지를 겨루는 모양이 되자, 국제수영연맹이 그 대회 직후 거리를 정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15미터로 자리 잡았어요. 마르샹이 몸으로 활용하는 그 구간은 한 세대 전 규정 다툼의 결과물인 셈이에요.
마르샹은 그 15미터를 길게 썼어요. 두 다리를 붙이고 몸통 전체로 파동을 만드는 돌핀킥, 이른바 웨이브킥으로 물을 밀어내면서 표면 근처가 아니라 한참 아래쪽 층을 갈랐어요. 물속에서는 소리가 다르게 들려요. 관중의 함성은 뭉개진 저음으로만 전해지고, 대신 자신의 심장 박동과 물이 몸을 스치는 소리가 훨씬 크게 들려요. 앞서 세 영법 내내 그를 밀어붙인 소음이 잠시 꺼지는, 이 레이스에서 가장 조용한 몇 초였던 셈이에요.

그리고 다시 수면. 고개가 물을 가르고 올라오는 순간 소리가 한꺼번에 되돌아와요. 마르샹은 나중에 이 장면을 이렇게 회고했어요. 관중석이 불타올랐고, 프랑스 사람으로서 그걸 직접 겪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으며, 모두와 특별한 순간을 나눴다고요. 월드아쿠아틱스가 정리한 파리 2024 결산 기사에 그 소감이 실려 있어요. 그가 수면을 깨고 나온 지점은 이미 2위와의 거리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벌어진 뒤였어요.
이 모든 순간은 1백분의 1초 단위로 기록돼요. 벽 안쪽에 붙은 전자 터치패드가 손이 닿는 시각을 잡아내고, 옆 레인 카메라가 초당 수백 프레임으로 자세를 함께 남기거든요. 마르샹의 4분 02초 95도,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그렇게 확정된 숫자였어요.
참고로 이 정도의 잠영은 수년간 훈련한 폐활량과 근지구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해요. 일반 수영장에서 따라 하다가 숨을 오래 참으면 갑자기 의식을 잃는 얕은 물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눈으로 즐기는 선에서 멈추는 게 안전해요.
턴 이후, 달라진 것
결과는 4분 02초 95, 올림픽 신기록이었어요. 펠프스가 2008년 베이징에서 세운 4분 03초 84를 넘어선 기록이에요. 2위 마쓰시타 도모유키(일본)는 4분 08초 62로 들어와, 격차는 5.67초. 이 종목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이래 가장 큰 우승 격차로 기록됐어요. 정작 자신의 2023년 세계기록(4분 02초 50)보다는 0.45초 느렸는데, 이 정도 격차 안에서는 크게 흠잡을 일이 아니었어요.
도쿄에서의 6위가 파리에서의 금메달로 뒤집힌 순간이었고, 프랑스가 수영 경영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도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처음이었어요. 같은 대회에 나선 호주의 카일 챌머스는 마르샹을 두고 거칠 것이 없는,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라며 그와 같은 풀에서 헤엄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말을 남겼어요. 라이벌의 입에서 나온 평가라 더 무게가 실렸어요.

이 종목처럼 초 단위로 승부가 갈리는 경기에서는 그날그날의 기록과 다음 대회 일정을 챙겨보는 재미가 커요. 국제 수영 일정과 최신 기록을 한눈에 정리해두고 싶다면 스포랭크 경기일정 및 분석실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다시 그 몇 초로 돌아가볼게요. 관중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그 짧은 구간, 마르샹은 규정이 허락한 15미터를 몸으로 계산하며 물속에 있었어요. 결과창의 숫자만 보면 그저 4분 02초 95지만, 그 안에는 손이 벽을 떠나는 순간부터 고개가 다시 수면을 가르기까지의, 아무도 함성을 지르지 않았던 시간이 끼어 있었어요. 다음에 개인혼영 경기를 볼 기회가 있다면, 선수가 잠깐 물 밑으로 사라지는 그 구간을 한번 눈여겨보셔도 좋겠어요. 승부는 종종 거기서 이미 끝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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